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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작가소개: 애덤 그랜트, 생각의 틀을 깨는 현대 지성의 파수꾼
애덤 그랜트는 조직 심리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워튼 스쿨의 최연소 정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1981년생인 그는 학문적 열정과 실용적 통찰을 결합해 "오리지널스", "기브 앤 테이크" 등을 통해 혁신과 협력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다시 생각해라(Think Again)"에서 그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능력인 '생각' 자체를 재정의한다. 미시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와 NASA, 구글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변화의 시대에 고정관념이 얼마나 치명적인 함정인지"를 데이터와 사례로 입증해 낸다.
그랜트는 단순히 이론을 제시하는 학자가 아니다. 그는 TED 강연에서 전 세계인에게 화제를 모은 '직장 내 반항아'이자,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로서 사회적 논쟁에 적극 개입하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그의 독특한 강의 스타일—학생들에게 자신의 연구를 반박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Think Again"의 핵심 주제인 '지적 유연성'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이다. 이 책에서 그는 블랙베리의 몰락, NASA의 콜롬비아 호 참사 극복 과정, 심지어 자신의 결혼 생활 경험까지 끌어와 독자들에게 "왜 우리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글쓰기는 경직된 학문적 접근을 거부한다. 대신 일상적 언어로 복잡한 개념을 전달하며, 독자로 하여금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그는 "우리는 의견을 아이덴티티로 삼는 함정에 빠진다"며 정치적 신념에서 직장 내 의사결정까지 모든 영역에서 재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팬데믹 시대에 과학적 근거가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상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Think Again"은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현대인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2. 핵심 내용: 확신의 감옥에서 벗어나 다시 생각하는 용기
"다시 생각해라"의 중심 명제는 "지식이 아닌 재고(rethinking) 능력이 미래의 핵심 역량"이라는 것이다. 애덤 그랜트는 인간의 사고 패턴을 세 가지 유형-설교자(자신의 신념을 전파), 검사(타인의 결점을 공격), 정치인(지지 확보에 집중)-으로 분류하고, 이들과 대비되는 '과학자 모드'를 제안한다. 과학자 모드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며 증거에 따라 생각을 수정하는 태도로, 그랜트는 이를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자기 의심'이 약점이 아니라 성장 동력임을 보여주는 사례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2003년 NASA 엔지니어들은 콜롬비아 호 발사 전 이미 우주선 손상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프로젝트가 지연될 것"이라는 압박에 침묵했다. 결국 참사가 발생한 후 NASA는 '심리적 안전감' 문화를 도입해 직원들이 의구심을 표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는 팀의 혁신 능력을 급격히 향상시켰다. 그랜트는 이를 "재고가 위기를 예방하는 최고의 보험"이라고 평가한다.
흥미로운 개념 중 하나는 '자신감 있는 겸손(confident humility)'이다. 이는 "나는 틀릴 수 있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전문가들이 종종 빠지는 '지식의 저주'를 피하는 데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스스로 반박하는 과정을 거쳐 획기적인 발견을 이뤄낸 사례는, 확신과 유연성의 균형이 창의성을 촉발함을 보여준다. 또한 그랜트는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확신'이라는 자크 라캉의 명언을 인용하며, 고정관념이 인간관계까지 파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재고의 기술"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도 제시된다. '사전 검토(premortem)'는 프로젝트 시작 전 "만약 실패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이고, '파트너적 대화'는 상대의 의견을 공격하지 않고 "어떤 증거가 당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부터 가정 내 논쟁까지 적용 가능한 도구들이다.
3. 감상평: 내 안의 '설교자'를 해체하는 혁명적 체험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수없이 얼굴을 붉혔다. 페이지마다 내가 '설교자 모드'로 살아왔음을 깨닫는 순간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토론에서 지는 것을 수치로 여겼고, 직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집을 부리던 습관이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았음을 뒤늦게 인정해야 했다. 애덤 그랜트가 제안한 '과학자 모드' 실험을 시작하던 첫 주, 나는 회의 중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몇 달 후, 동료가 "당신의 유연한 태도가 팀에 신뢰를 준다"는 피드백을 건네며 내 변화를 확인했을 때, 이 책이 단순한 이론이 아님을 체감했다.
가장 큰 계기는 '의견 탈동일시화' 연습이었다. SNS에서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때마다 "이 주장이 내 정체성의 일부인가?"를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점차 '나'와 '내 생각'을 분리할수록, 상대의 주장에서도 일리는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논란에서 극단적 입장 대신 "우리가 놓친 변수는 없을까?"라고 질문하며, 과학적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는 그랜트가 말한 "생각을 옷처럼 입고 벗을 줄 아는 능력"을 체화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재고의 여정은 고통 없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랜 신념을 버리는 것은 마치 마음속 허물을 부수는 것 같았다. 특히 전문 분야에서 "이제 와서 기본을 의심하는 게 부끄럽지 않나?"라는 내부적 비난과 싸워야 했다. 그럴 때마다 책 속 '자신감 있는 겸손' 장을 반복해 읽으며, 지식이 아니라 학습 능력이 진정한 전문성임을 되뇌었다.
"Think Again"은 개인적 성찰을 넘어 조직 문화 개선의 실마리도 제공했다. 우리 팀은 이제 중요한 결정 전에 '반대 의견 축제'를 연다. 모든 멤버가 본심과 반대되는 입장을 맡아 토론하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 요소들을 발견해 낸다. 이 책은 확신에 갇힌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독제이자, 나에게는 더 나은 생각의 길을 여는 나침반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아침 "오늘 어떤 확신을 버릴까?"라고 묻는다. 그 질문이 주는 자유로움이야말로 이 책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